[LA 여행] 더 브로드(The Broad) 완벽 가이드: 건축의 미학부터 로버트 테리언 전시까지

1. LA 다운타운의 예술적 이정표, 더 브로드(The Broad)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DTLA)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어 놓은 현대미술의 성지, **더 브로드(The Broad)**를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유명 작품을 모아놓은 미술관을 넘어, 건축 그 자체로 하나의…

1. LA 다운타운의 예술적 이정표, 더 브로드(The Broad)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DTLA)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어 놓은 현대미술의 성지, **더 브로드(The Broad)**를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유명 작품을 모아놓은 미술관을 넘어, 건축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입니다. 특히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인 현장의 열기와, 일상의 스케일을 뒤흔든 로버트 테리언의 특별전까지 풍성했던 방문기를 공유합니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사거리에서 본 더 브로드 미술관의 전경. 하얀 벌집 모양의 외벽 구조와 입구가 보이며 주변 고층 빌딩과 도로의 차들이 보이는 실제 방문 사진
LA 다운타운의 상징이 된 더 브로드 미술관의 외관. 2,500개의 콘크리트 패널이 감싸고 있는 이 ‘베일’ 구조는 내부로 들어오는 빛을 조절하는 첨단 필터 역할을 합니다.

2. 광장의 풍경

이 조경은 ‘The Plaza’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차가운 도심 한복판에 부드러운 곡선과 녹지를 선사합니다. 벤치 대신 이 언덕에 걸터앉아 쉬는 사람들의 모습은 미술관이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도시와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딱딱한 보도블록을 뚫고 올라온 듯한 이 생동감 넘치는 언덕들은 맞은편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의 금속성 외관과도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더 브로드 미술관 앞 광장에 설치된 둥근 잔디 언덕 조경. 보행자 도로 위에 솟아오른 푸른 잔디와 그 뒤로 보이는 현대적 건물들. LA 더 브로드 미술관 조경 디자인
미술관 앞마당에 솟아오른 잔디 언덕들. 프랭크 게리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설계된 이 공간은 차가운 건축물에 인간적인 온기를 더해줍니다.

3. 건축의 혁신: ‘베일(The Veil)’과 ‘저장고(The Vault)’

The Broad의 설계는 세계적인 건축 사무소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Diller Scofidio + Renfro)**가 맡았습니다. 이들은 미술관의 전통적인 구조를 뒤집는 **’베일과 저장고(The Veil and the Vault)’**라는 파격적인 컨셉을 제시했습니다.

  • 더 베일(The Veil): 건물을 감싸는 하얀 벌집 모양의 외벽입니다. 2,500개의 유리섬유 강화 콘크리트(GFRC) 패널로 정교하게 설계된 이 구조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태양의 궤적을 계산하여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내부 전시장에는 부드러운 자연광만 들여보내는 첨단 광학 필터 역할을 합니다.
  • 더 볼트(The Vault): 미술관 중앙을 차지하는 거대한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는 수장고입니다. 보통 수장고는 지하에 숨기지만, 이곳은 2층에 당당히 배치했습니다. 입구에서 느껴지는 어둡고 매끄러운 동굴 같은 로비는 이 무거운 ‘저장고’ 아래를 지나는 독특한 공간감을 선사합니다.
더 브로드 미술관의 상징인 '베일' 외벽을 가까이서 촬영한 모습. 기하학적인 구멍이 뚫린 입체적인 콘크리트 패널의 질감이 상세히 보이는 사진.
가까이서 본 ‘베일(The Veil)’의 디테일. 유리섬유 강화 콘크리트(GFRC)로 만들어진 이 정교한 격자 구조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입체감을 선사하며 건축의 미학을 완성합니다.
더 브로드 미술관 1층 로비의 모습. 어둡고 매끄러운 회색 콘크리트가 천장을 덮고 있으며,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는 동굴 같은 느낌의 실내 공간.
미술관의 심장부인 ‘저장고(The Vault)’ 아래의 로비입니다. 어둡고 매끄러운 동굴 같은 이 공간을 지나면,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빛이 쏟아지는 전시장으로 연결됩니다.

3. 유리 너머의 예술, ‘예술 클라우드’를 닮은 수장고

가장 놀라웠던 지점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릴 때 만나는 유리창(Peep holes)이었습니다. 보통 미술관은 소장품의 3~5%만 전시하고 나머지는 지하 창고에 숨기지만, 더 브로드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 공유의 철학: 설립자 엘리 브로드(Eli Broad)는 예술이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었습니다. 수장고를 공개한 것은 “우리는 이 자산을 관리하며 언제든 여러분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선언입니다.
  • 데이터 센터 같은 미학: 촘촘하게 늘어선 선반 위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최첨단 데이터 센터의 서버실을 보는 듯한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곳은 전 세계 미술관에 작품을 빌려주는 ‘대여 도서관(Lending Library)’ 역할도 수행합니다.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해 정보를 꺼내듯, 이곳의 예술은 전 세계로 스트리밍되고 있는 셈입니다.
미술관 내부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옆에 위치한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본 수장고 내부. 촘촘한 선반 위에 작품들이 보관되어 있는 모습.
미술관 곳곳에 숨겨진 유리창(Peep holes)을 통해 수장고 내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마치 최첨단 데이터 센터의 서버실을 보는 듯한 경외감을 선사합니다.

4. 사립 미술관의 저력: 소유보다 위대한 ‘기부’

The Broad는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 미술관이 아닙니다. 억만장자 자선가 엘리 브로드와 그의 부인 이디스 브로드가 설립한 **’더 브로드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 미술관입니다.

소장품의 주인: 약 2,000점이 넘는 세계적인 전후 현대 미술품의 소유주는 재단입니다. 엘리 브로드는 사재를 털어 모은 이 보물들을 재단에 기부하여 대중에게 영구히 무료 입장으로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국가의 예산 지원 없이 개인의 신념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예술 인프라는 미국식 기부 문화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5. 2028 LA 올림픽을 향한 진화: 증축 프로젝트

현재 미술관 뒷편에서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바로 2028년 LA 올림픽에 맞춰 완공될 증축 프로젝트입니다.

  • 규모와 예산: 약 **1억 달러(약 1,300억 원)**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전시 면적을 현재보다 약 70% 확장할 예정입니다.
  • 새로운 공간: 단순히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 공연과 디지털 미디어 아트를 위한 전용 공간, 그리고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야외 광장이 추가됩니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축제를 앞두고 전 세계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현장의 활기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이번 증축 설계는 기존 건축가인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DS+R)**가 다시 맡아, 그들의 상징적인 ‘베일과 저장고(Veil and Vault)’ 컨셉을 새롭게 해석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기존 건물이 하얀 벌집 모양의 ‘베일’로 수장고를 감싸고 있었다면, 새 건물은 마치 수장고 본체가 겉으로 드러나 ‘베일을 벗은(Unveiled)’ 듯한 모습으로 디자인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미술관의 의지를 상징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증축 건물의 2층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유리 너머로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관람객들이 작품이 가득 찬 선반(Rack) 사이를 직접 걸어 다닐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 하네요. 마치 데이터 센터의 서버 랙 사이를 산책하며 인류의 지식을 탐험하는 듯한, 전무후무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LA The Broad 미술관 2028년 올림픽 대비 증축 조감도,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 설계
2028년 완공 예정인 더 브로드 증축 조감도. 기존의 하얀 ‘베일’과 대비되는 회색 ‘저장고’ 본체가 외형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사진 출처]: The Broad 공식 홈페이지 (Rendering by Diller Scofidio + Renfro)

6. 특별전 리뷰: 로버트 테리언(Robert Therrien)의 ‘거대해진 일상’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유료 입장료($19)를 지불하고 관람한 로버트 테리언(Robert Therrien) 특별전이었습니다.

① 사물의 반란: 왜 그는 크기를 키웠는가?

테리언은 식탁, 의자, 접시 등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을 거대한 스케일로 왜곡합니다. 그의 대표작 **‘Under the Table(1994)’**의 3미터 높이 식탁 아래를 걷는 순간, 성인의 이성은 사라지고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각만 남게 됩니다. 이는 예술 용어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라 불리며, 익숙한 사물에서 경이로움을 이끌어내는 고도의 예술적 기법입니다.

② 재료학적 완벽주의

테리언의 작품은 단순한 대형 모형이 아닙니다. 그는 브론즈, 고광택 래커, 특수 합금 등을 사용하여 실제 사물보다 더 실제 같은, 그러나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표면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물리적 완벽함은 관람객에게 “이것이 실재하는 것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데이터가 0과 1의 완벽한 조합으로 존재하듯, 그의 작품 역시 오차 없는 정밀함으로 자신만의 질서를 보여줍니다.

더 브로드 미술관 전시실에 설치된 로버트 테리언의 거대한 검은색 식탁과 의자 세트인 'Under the Table' 작품 아래에 한 여성이 서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 작품의 거대한 크기가 인물과 대비되어 강조됨.
로버트 테리언(Robert Therrien)의 대표작 ‘Under the Table’입니다. 약 3m 높이의 거대한 식탁 아래를 직접 걸어 다니며, 일상의 사물이 예술로 변하는 낯선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더 브로드에서는 로버트 테리언의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인 <Robert Therrien: This is a Storey>가 진행 중입니다 (2025.11.22 ~ 2026.04.05)

7. 관람객을 위한 실전 꿀팁 및 가이드

  • 티켓 예약: 상설 전시는 무료이지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주말에는 최소 2~3주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 주차 정보: 미술관 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주차비는 $19입니다. (주말 및 평일 동일) LA 다운타운의 주차난을 고려할 때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선택입니다.
  • 무료 상설전 놓치지 말 것:
    • 제프 쿤스(Jeff Koons): 거대한 ‘Balloon Dog’는 필수 포토존입니다.
    • 장 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그의 강렬한 회화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독보적인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주변 연계 코스: 바로 옆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의 외관을 감상하거나, 도보 거리의 그랜드 센트럴 마켓에서 식사를 즐기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항목내용
상설 전시무료 (공식 홈페이지 사전 예약 필수)
특별 전시로버트 테리언(Robert Therrien) 특별전 ($19)
주차 요금$19 (미술관 지하 전용 주차장 이용 시)
주변 명소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그랜드 센트럴 마켓, MOCA
더 브로드 미술관 전시실 중앙에 설치된 제프 쿤스(Jeff Koons)의 'Tulips' 작품. 고광택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어 알록달록한 풍선 같은 튤립 다발이 매끈한 질감을 뽐내며 전시된 모습.
제프 쿤스의 상징적인 작품 ‘Tulips’입니다. 거울처럼 매끄럽게 마감된 표면은 주변의 관람객과 전시장 풍경을 그대로 비춰내며, 정지된 조각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8. 예술, 기술,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공간

더 브로드에서의 시간은 예술이 어떻게 우리 삶을 위로하고, 건축이 어떻게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는지 보여주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유리 너머 수장고의 작품들처럼, 우리가 매일 생성하는 수많은 데이터와 경험들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소중한 자산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2028년, 더 크고 화려해진 모습으로 다시 만날 The Broad를 기대하며 오늘의 기록을 마칩니다.

더 브로드가 선사하는 현대 미술의 정수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준비해 보세요.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사전 예약은 필수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실시간 전시 일정과 티켓 예매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더 브로드의 ‘저장고(Vault)’가 인류의 현대 미술을 품고 있다면, LA 엑스포지션 파크에는 인류의 ‘서사(Narrative)’를 담은 거대한 우주선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바로 2026년 9월 개관을 앞둔 루카스 서사 미술 박물관(Lucas Museum of Narrative Art)인데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가 선사할 압도적인 건축미와 새로운 예술적 비전, 제가 직접 다녀온 개관 전 현장 방문기를 통해 그 웅장한 모습을 미리 확인해 보세요. [👉 LA 루카스 박물관 개관일과 관람 포인트: 조지 루카스 서사 예술 루카스 박물관(LMNA)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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